흔한 시작, 무거운 끝
작은 의원을 운영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환자가 몰리는 시간, 원장은 진료실을 비울 수 없고 방사선사를 따로 둘 형편은 안 됩니다. 곁에 있던 간호조무사가 “바쁘실 때는 제가 찍을게요” 하고 거듭니다. 처음에는 정말 바쁠 때만이었는데, 익숙해지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맡겨두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릅니다.
문제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집니다. 어느 날 원장과 조무사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감정이 상한 조무사가 그동안의 관행을 문제 삼으려 합니다. “조무사가 엑스레이를 찍어 왔다”는 한 줄짜리 제보가, 원장에게는 형사처벌과 영업정지, 그리고 수년 치 건강보험 환수라는 세 갈래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실제 자문에서 드물지 않게 접하는 상황입니다. 이 글에서는 그런 처지에 놓인 의원 원장이 반드시 알아야 할 법적 구조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갈림길 — 무면허의료행위인가, 의료기사법 위반인가
이 사안의 모든 것은 사실상 이 하나의 분기점에서 갈립니다.
원칙적으로 방사선 촬영은 방사선사 또는 의사의 업무 영역입니다. 간호조무사가 방사선 발생장치를 조작해 스스로 촬영했다면, 이는 의료법이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로 평가될 여지가 큽니다. 특히 원장의 개별적 지시나 입회 없이 조무사가 임의로, 반복적으로 촬영해 온 경우라면 단순한 진료 보조의 선을 넘은 것으로 보기 쉽습니다.
반대로, 의사의 구체적인 지도·감독 아래 촬영을 보조하는 데 그쳤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의사는 의료행위의 일환으로 방사선 촬영을 직접 시행할 수 있고, 간호조무사 역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지도 아래 진료 보조 업무를 할 수 있으므로, 그 보조의 일환으로 촬영을 거든 것이라면 위법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실제로 최근 한 의원에서 간호조무사가 의사의 지시로 CBCT를 촬영한 사건에서, 법원은 이를 무면허 의료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처분의 무게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무면허 의료행위로 의율되면 의사와 간호조무사는 각각 자격정지 3개월, 의료기관은 업무정지 3개월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의료기사가 아닌 자에게 의료기사의 업무를 하게 한 경우’라는 의료기사법 위반으로만 평가되면 자격정지 15일에 그치고, 의료기관에 대한 별도의 업무정지 처분은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같은 행위를 두고도 결론이 열 배 가까이 벌어지는 셈입니다.
다만 행정처분에서 살아남더라도 형사 책임은 별개로 따라옵니다. 위 CBCT 사건에서도 촬영을 지시한 의사 본인은 의료기사법 위반 교사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았고, 조무사는 초범이고 지시에 따른 점이 참작되어 기소유예되는 흐름이 반복됩니다. 즉 행정처분(영업정지)은 다투어 볼 여지가 상당하지만, 지시한 의사에 대한 가벼운 형사처벌까지 완전히 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미리 알고 계셔야 합니다.
진짜 더 큰 폭탄 — 건강보험 부당청구
많은 원장님이 영업정지만 걱정하시지만, 금전적으로 더 위험한 쪽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건강보험입니다.
무자격자가 촬영한 영상의 진단료를 건강보험으로 청구해 왔다면, 그 청구가 인력기준을 위반한 부당청구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부당청구로 인정되면 부당이득금은 전액 환수되고, 최대 1년의 업무정지가 더해지며, 업무정지를 갈음하는 과징금은 부당금액의 최대 5배까지 부과됩니다. 정기적으로 촬영이 반복되는 진료 구조라면 청구 건수가 누적되어 환수와 과징금만으로도 상당한 금액이 됩니다. 관행이 오래될수록 위험은 비례해서 커집니다.
물론 방어선은 있습니다. 앞서 본 판례의 논리, 즉 의사의 지도·감독 아래 이루어진 보조라서 무면허가 아니라는 평가가 인정되면, 그 촬영분의 진단료 역시 부당청구가 아니라는 다툼이 가능합니다. 또한 본건은 실제로 촬영을 하지 않고 한 것처럼 꾸민 ‘거짓청구’와는 결이 다릅니다. 거짓청구는 명단 공개와 형사 고발이 병행되는 가장 무거운 유형이지만, 실제 촬영이 있었던 인력기준 위반은 그보다 다툴 여지가 넓습니다. 다만 최근 보건당국이 방사선 일반영상 진단료를 집중 점검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영업정지가 두 번 나올 수 있다는 사실
여기서 많은 분이 오해하시는 지점이 있습니다. 의료법상 의료업정지와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업무정지는 별개의 처분이라는 점입니다.
의료법상 의료업정지는 관할 시장·군수·구청장이 의료업 자체를 정지시키는 처분이고,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는 보건복지부장관이 건강보험 진료·청구를 정지시키는 처분입니다. 근거 법률도, 처분청도, 효과도 다릅니다. 하나의 위반행위라도 두 법에서 각각 처분이 나올 수 있고, 실제로 보건복지부는 동일 사안에서 두 처분을 함께 시행하는 것으로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문을 닫으면 둘 다 끝나는 것 아니냐”는 기대는 절반만 맞습니다. 두 처분서가 정한 기간이 겹치는 구간이라면 한 번 쉬는 것으로 양쪽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기간이 어긋나면 각각 따로 이행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연속해서 두 번 쉬는 효과가 납니다. 처분 시기를 동일하게 중첩시키는 것 자체가 실무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입니다.
그래서,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가
다행히 두 처분 모두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으로 갈음할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의료법은 제67조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은 제99조에서 각각 업무정지를 갈음한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취지는 영업정지가 환자에게 심한 불편을 줄 때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금전 제재로 대체한다는 데 있습니다.
과징금 갈음이 인정되는 핵심 요건 중 하나는 영업정지가 환자에게 ‘심한 불편’을 주는 경우입니다. 건강보험 관련 기준은 일정한 특수진료시설을 갖추고 그 진료를 실시하는 요양기관을 갈음 대상으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주기적·지속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해서 영업정지 시 갈 곳을 잃게 되는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의원이라면, 이 요건을 근거로 과징금 갈음을 적극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다만 갈음은 자동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신청해야 한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됩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일
상황이 이미 불거졌거나 그럴 조짐이 보인다면, 우선순위는 분명합니다.
가장 먼저, 오늘부터 촬영 주체를 의사 본인이나 방사선사로 바꾸어 위반의 계속성을 끊어야 합니다. 위반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처분 감경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변수입니다. 다음으로, 그동안 건강보험으로 청구한 촬영 내역과 그 규모를 미리 파악해 두어야 합니다. 환수와 과징금이 어느 정도 규모인지 알아야 협상도 방어도 가능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신고가 우려되는 조무사와 섣불리 ‘솔직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권하기 어렵습니다. 사이가 틀어진 상대에게 “내가 시켰다”는 취지를 인정하는 순간, 그 발언이 녹취되어 의료기사법 위반 교사의 자인 증거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관리하는 일과 사실관계를 인정하는 일은 분리해서 접근하셔야 합니다.
마치며
엑스레이를 조무사에게 맡긴 일은 대부분 악의가 아니라 인력난과 편의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나 법은 의도가 아니라 행위와 청구를 봅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무면허로 가느냐 의료기사법 위반에 그치느냐, 부당청구로 환수되느냐 방어되느냐, 영업정지를 그대로 받느냐 과징금으로 갈음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리고 그 갈림길은 대부분 ‘사전통지서를 받기 전에 무엇을 준비해 두었는가’에서 결정됩니다.
의료 현장의 사정과 법의 언어를 함께 읽어야 제대로 보이는 영역입니다. 비슷한 상황을 마주하고 계신다면, 처분이 현실화되기 전에 점검부터 시작하시길 권합니다.
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구체적인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